2009/09/16 04:05

패트릭 스웨이지 taste

Patrick Wayne Swayze (1952. 8. 18. - 2009. 9. 14.)


처음으로 이 배우가 멋있게 보인 영화는 <더티댄싱>이나 <사랑과 영혼>이 아니라 캐슬린 비글로우가 감독한 <폭풍속으로>였다. <배드 인플루언스>에서 그야말로 '나쁜 영향'을 주는 로브 로우에게 매혹되는 제임스 스페이더처럼 영화 속 수사관 키아누 리브스는 자신이 감시하고 끝내 체포해야될 대상인 악당 패트릭 스웨이지에게 매혹된다. 범죄조차도 퍼포먼스가 되는 인간이라면 설명이 될까.
어딘가에 붙잡혀 있는 걸 못견딘다는 걸 잘 알기 때문에, 설사 그 끝이 죽음일지언정 평생을 기다려온 파도를 향해 자신을 던지려는 이 사람의 본질을 마음 속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, 키아누 리브스는 끝내 그를 체포하지 못하고 놓아준다.
영화 속 패트릭 스웨이지는 끝까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쟁취한다. 작은 서핑보드에 올라서서 커다란 산같은 파도 속으로 사라지는 그를 보는 것은 그래서 슬프지 않았다. 끝을 보여주지 않는 장렬한 소멸의 아름다움이란.
멋있었다. 그 때의 내가 어려서 더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.

죽음을 앞두고 병과 싸운다는 것이 잘 실감이 나지 않았다. 나는 얼마 전까지 그것이 그저 견뎌내는 것이라고 믿어왔다. 하지만, 어떤 사람들은 정말 병과 싸운다는 걸 이제는 안다. 병원에서 실제 그런 사람들을 본 뒤로, 사람들이 왜 그것을 '투병'이라고 부르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. 하루하루 병과 사투를 벌이고 기어이 승리했을 때 다시 하루를 살아내는 삶.
패트릭 스웨이지는 끝까지 병과 싸우는 삶이 어떤 것인지 보여줬고, 그것은 그의 유작이 된 시리즈 <더 비스트>로 고스란히 남았다.

고인의 명복을 빈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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